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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척결] 싱가포르, 반부패법 55년의 발자취
"현직 차장검사가 밝힌 아시아 청렴국가 1위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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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종합뉴스 기자 작성일2015-05-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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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G. Kannan 차장검사가 바른사회운동연합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반부패·청렴사회 구현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부패척결에 관한 싱가포르의 경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바른사회운동연합)

지난 4월 15일 바른사회운동연합(상임대표 신영무)이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와 공동으로 주최한 ‘반부패·청렴사회 구현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은 올해 3월 비로소 국회를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제정안과 현재진행형인 소위 ‘성완종 리스트’에 따른 부정부패 파문으로 인해 언론과 기관, 그리고 대중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을 비롯해 미국변호사협회의 제롤드 리비 변호사, 이안 스캇 홍콩대학교 교수, 곽형석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등 반부패 분야에 있어 법조계와 학계, 관계의 내로라하는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날의 연사 중 특히 주목을 받았던 이는 싱가포르 검찰청 반부패부 소속의 캐넌 차장검사였다.

 

검사 경력 20년째인 그는 부패범죄 전문가로서 싱가포르의 독립적 부패조사기관인 CPIB에 파견직을 겸하고 있다.

 

올해로 싱가포르는 부패방지법을 제정한지 55주년을 맞이하였고 CPIB는 이러한 부패방지법을 기반으로 작은 항구마을에 불과했던 싱가포르를 오늘날 아시아 1위의 경제대국이자 청렴국가로 만든 견인차 역할을 한 핵심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CPIB와 검사는 긴밀하게 공조를 합니다. 검찰에서도 높은 직위를 지닌 검사인 제가 CPIB에 파견을 나가는 것이 그 예입니다”

 

현직 차장검사인 그가 1주일에 3~4일은 CPIB로 출근해 부패 범죄에 관한 여러 법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싱가포르 검찰청과 부패조사기관 간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엿볼 수 있다.

 

캐넌 검사는 이번 국제 심포지엄에서의 주제 발표를 통해 싱가포르가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청렴한 국가로 꼽히게 된 원동력으로 4가지 축과 2가지 동력을 들었다.

 

 

청렴국가의 반석은 ‘정치적 의지와 무관용의 원칙’

 

캐넌 검사는 싱가포르가 아시아 최고의 청렴국가가 될 수 있었던 4가지 축으로 효율적인 법체계, 독립적인 사법권, 효과적인 법 집행, 그리고 법을 준수하는 공무원들을 들었으며, 2가지 동력은 정치적인 의지와 무관용의 원칙이라 했다.

 

"부패에 관해서는 그것이 2불이던 2천만 불이던 상관없이 무관용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기에 오늘날의 청렴한 국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의 부패방지법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뇌물에 대한 정의 또한 광범위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반부패법이 있더라도 금전적인 뇌물로 한정하는데 반해 싱가포르에서는 금전적 뇌물뿐 아니라 대출, 일자리 제공, 식사 또는 여행, 향응의 제공은 물론 성 접대 또한 뇌물로 정의하고 있다.

 

싱가포르 부패방지법의 또 다른 특징은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모두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위법 행위자의 직책이 공무원인지 아닌지, 종사 분야가 공공부문인지 민간부문인지를 막론하고 어떠한 차이와 구별 없이 동일하게 처벌한다는 것이 싱가포르 부패방지법의 특징이다.

 

“싱가포르는 민간부문에서의 부패방지도 공공부문 못지않게 중요하며 국가와 시민 간 협약의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민 개개인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경제를 더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고 정부는 이처럼 사업을 하는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각자가 실력을 기반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 그것이 국가가 국민에 대해 지고 있는 책임이며 부패로 인해 국민들이 다른 경쟁상대에게 부정하게 사업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캐넌 검사의 이러한 발언은 김영란법의 제정안 통과를 둘러싸고 법의 적용 범위에 대해 논란을 빚었던 우리나라에 있어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는 또한 “반부패법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일축했다.

 

“싱가포르가 부패방지법이 가동된 초창기부터 민간 부문에서의 청렴을 강조했던 실질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제입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외국인들의 직접투자를 놓고 다른 국가들과 경쟁을 할 경우가 많았는데 싱가포르의 청렴함은 오히려 큰 경쟁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투자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싱가포르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훨씬 투명하고 청렴하니 싱가포르에 투자하자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반부패에 관한 의지가 곧 반부패기관이다

 

“법은 집행하는 사람의 의지만큼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흔히 얘기합니다. 아무리 법이 좋아도, 아무리 인터넷 상에 법조문이 잘 띄워져 있어도 그것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사람의 의지만큼만 지켜진다는 것이죠. 싱가포르에서는 그것이 바로 CPIB입니다”

 

지난 20년간 각종 부패범죄에 있어 서슬 퍼런 날을 휘둘러왔던 현직 검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법 이전에 의지”라는 말은 이날 참석한 청중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편으론 반부패의 의지가 곧 CPIB라는 강력한 반부패기관으로 발현됐음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싱가포르의 반부패기관인 CPIB는 경찰로부터도 독립되어 있을 뿐 아니라 CPIB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리실 직속으로서 경찰이 소속된 내무부가 아닌 총리실로 바로 보고를 하는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CPIB를 관장하고 있는 총리라 해서 CPIB의 수사에 개입할 수는 없다. 만일 총리가 개입할 경우 CPIB의 책임자는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게 되고 대통령은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도록 하고 있다.

 

이것을 이중보장 제도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CPIB가 그 어떤 권력이나 세력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며 성역 없는 조사를 벌일 수 있도록 철저한 이중, 삼중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에 따라 반부패기관의 성격은 조금씩 다릅니다. 싱가포르의 CPIB는 단순히 부패의 예방을 위한 기구나 반부패 정책을 만드는 기관이 아닌 부패 범죄를 조사하는 법 집행기관입니다. 따라서 CPIB는 경찰과 동일한 법 집행력과 조사 권한을 부여받고 있으며, 부패 혐의가 제기되는 경우 고위 공무원이나 장관은 물론 법 집행기관의 수장일지라도 누구든 성역 없이 조사를 받아 왔으며 죄가 있다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부패 리스크 관리는 부패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것

 

싱가포르는 관련 법 외에도 부패방지 교육 프로그램과 연수 프로그램, 그리고 부패방지를 위한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예로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정보기술을 활용해 정부관계자인 공무원이 민원인과 대면할 기회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허가신청이나 민원제기, 이의신청, 정부 계약 입찰 등 모든 부분을 가능한한 전자화시켜 대면 접촉 기회를 줄이고 있는데, 한편으론 정부의 효율을 높이는 취지도 있지만 실제로는 부패를 예방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즉 부패가 발생할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민원인과 공무원이 만나는 기회를 없애는 것은 뇌물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와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뇌물을 주고받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공무원들에게는 매우 엄격하고도 구체적인 규칙들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칙을 위배했을 경우 처벌을 받게 되며 해임될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정치적 의지의 뒷받침 없으면 실효성 거두기 어려워

 

법이 아무리 많아도 기관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정치적인 의지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이와 같은 법이나 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가장 높은 곳으로부터 정치적인 의지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부터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며 친구, 친척, 비즈니스 파트너 그 누구든 나로부터 특혜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천명해야 합니다”

 

최근 타개한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는 건국 초기부터 공무원과 민간 부문간 부패를 일절 허용되지 않겠다는 강한 정치적 의지를 보였으며, 싱가포르의 1세대 리더들이 지니고 있었던 부패척결의 강한 의지들은 지금까지도 계승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싱가포르의 반부패 전략은 싱가포르에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디서나 적용이 되는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다른 국가에서 동일하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여러분에게 드릴 수 있는 교훈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한국에 필요하고 효과가 있는 방법들은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1960년 제정 이래 55주년을 맞이한 싱가포르 부패방지법의 역사는 곧 싱가포르의 반부패 역사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걸음마를 내딛고 있다. 이제라도 관련법이 제정된다는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법 제정 이후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치인과 공무원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논의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료제공, 바른사회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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